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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유전자, 동질감, 종족영화&드라마 2022. 1. 30. 23:59
2022년 1월 28일 가끔 이런 질문을 생각해본다. 왜 우리의 성은 굳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있는 것일까? 그 오랜 세월을 거쳤지만 단일생식에서 더 나아간 것은 고작 두 성으로 나뉜 것뿐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성, 그 이상의 성이 나타나려면 현재까지의 생명의 역사의 곱절은 지나야 나타나는가? 아니면 이미 또 다른 성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관측할 수 없어 그 다름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서 들었던 상념들이다. 그러다 어느덧 다른 생각들이 물 밀듯이 들어온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 있게 될 때 몇몇 사람들은 굉장히 그 상황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찾는 것이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찾는 것이다. 취미나 취향이 같은 사람이든가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 더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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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눈물보다 땀이 더 울림이 크다영화&드라마 2022. 1. 30. 23:59
2022년 1월 22일 중학교 때 만해도 학교에서 통일 찬반에 대한 많은 토론을 거쳤던 거 같다. 같은 뿌리로써 통일을 해야 한다느니 독일처럼 몇십 년을 우리가 고생하면 어쩌냐느니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남북통일에 대해 얘기한 것은 아니었던 것은 적어도 나의 경우는 확실하다. 이제는 나이가 삼십대에 접어들고 서로의 길이 가까워진 듯 하지만 그 사이의 골은 더더욱 깊어졌다. 통일은 현실적으로 너무나도 먼 판타지이며 이상이다. 그 후의 미래가 상상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다. 겉은 이념이라는 것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에는 본질은 인간이라는 공통의 존재이다. 그리고 영화같은 상황은 실제로 세상에서 많이 일어난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내전에서 남한과 북한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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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누가 너를 해하려느냐영화&드라마 2022. 1. 23. 23:59
2022년 1월 17일 혼자가 아니다. 단지 자신을 이해하는 이가 없을 거라는 생각.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았음 하는 모순적인 마음. 의도였든 아니든 서로를 물어뜯는 야생개 무리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함. 우리는 스스로를 숨긴다.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나는 구절이 있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은 운명이며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숙명이다' 이 적막한 황야에 소리없이 휘몰아치는 적의는 순식간에 큰 격변을 일으켰다. 필 버뱅크는 애석하게도 정말 그렇게 가버렸다. 피터는 묵묵히 시편 22절 20편을 읽는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정말 잘 짜인 시나리오에 몰입감 높은 연기력으로 아름답게 쌓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 이상의 흥분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삼일이 지나고 나니 그 울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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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 사랑은 위대하다영화&드라마 2022. 1. 16. 23:59
2022년 1월 14일 파시파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딸이다. 또한, 미노스 왕국의 왕비이며 우리고 잘 알고 있는 괴물 미노타우르스의 어머니이다. 신의 저주를 받게 된 파시파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한 소를 사랑, 아니 욕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엔 정말 놀라운 수단을 통해 그 소와 섹스를 하게 되고 그렇게 잉태하게 된 존재가 미노타우르스인 것이다. 알렉세이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해진 또 다른 파시파에였다. 우리가 타오르는 불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처럼 주변의 존재들은 불나방이 된다. 그 불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결국엔 알렉세이 스스로도 잡아먹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동차가 아니며 변화하는 존재이다. 이런 변화가 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고 강렬하게 만들었다. 남성성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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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즈] 너무 기대하고 미슐랭 식당 간 느낌영화&드라마 2022. 1. 16. 23:59
2022년 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에 [이터널즈]가 올라왔길래 보기로 했다. 영화에 대해서 꽤나 말이 많았었다. 클레이 자오 감독에 마동석이 출현하여 개봉 전부터 여러모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개봉 후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들이 대부분을 이뤄 상당히 욕을 많이 먹었던 걸 지켜봤다. 대체 얼마나 별로길래? [베놈2]보다 별로라는 사람들도 있어서 너무 놀랐다 (왜냐하면 [베놈2]는 진짜 별로였음). 암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뭐라 할 수 없는 법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게 욕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람들의 기대감이 너무 컸던걸까?? 마치 이런 거다. 집 근처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음식점이 생겨서 먹으러 갔는데 재료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때깔도 좋아 보이지만 먹을 때는 이상하게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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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인생은 비극이라는 흔하디 흔한 캐치프레이즈영화&드라마 2022. 1. 9. 23:59
2022년 1월 5일 [아네트]를 봤다. 레오 카락스 이 사람은 뭔가 사람을 이상하게 불쾌하게 만드는 지점을 아는 거 같다. [홀리 모터스]를 봤을 때의 기이함이 그 특유의 맛이 있어 꽤나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이 영화에서도 제4의 벽을 깨는 등 그 기이함을 꾸준하게 담고 있다.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막상 들여다보면 르네상스에 만들어진 고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비극적 서사시가 왠지 모르게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었고 캐릭터의 빌딩도 비슷했다. 말하자면 고전의 현대화 같은 느낌??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노래화 된 대사들을 읊는 와중에도 배우들이 연기가 하나도 어색하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을 수가 없었다. 진짜 그렇게 말하면서 사는 사람인 거 같았다. 두 주연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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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룩업] 나 이런 영화 좋아하네?영화&드라마 2022. 1. 9. 23:59
2022년 1월 3일 넷플릭스에서 [돈룩업]을 봤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근데 어느날 예기치 못하게 날아든 혜성처럼 내 머리를 박살 내 버렸다 (좋은 의미로). 넷플릭스가 돈이 많다고 다시 한번 느낀 게 배우들의 라인업 하며 전혀 어색함 없는 CG 처리, 거기에 온갖 밈과 블랙 코미디로 치덕치덕 된 각본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미친 영화이지만 여러 의미로 너무 마음에 들었다. 누구 하나 연기로 구멍을 내는 인물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실없는 소리나 짜증나는 상황을 펼치는 영화 속에서 한 번도 눈살 찌 부린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행오버]같이 대책없이 나대는 영화를 진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 완급조절이나 처리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무엇보다도 진짜 일어날 거 같다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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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외할머니가 보고싶어진다.영화&드라마 2022. 1. 9. 23:59
2022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왓차에는 [미나리]가 올라왔다. 새해의 첫 영화로써는 좋은 선택인 거 같아 보기로 했다.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내가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느낀 것은 쓸모에 대한 피력이었던 거 같다. 영화 초반부터 아버지 역의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려는 고군분투라든가, 할머니의 재 뭍은 얼굴에 마치 자신의 쓸모없음을 한탄하는 듯한 눈은 그 시대의 이민자들이 어떠한 삶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쓸모 있음과 튀지 않음을 통한 생존이었던 것이다. 사람과는 달리 그 먼바다를 건너와도 아무런 터치도 안 해도 무럭무럭 잘 자라던 미나리가 부러웠던 것일까?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었는데...... 아 브루클린!! 이 영화는 소설도 읽었던 적이 있어 꽤나 좋아하는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