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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 시즌4]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영화&드라마 2022. 5. 15. 23:59
2022년 5월 13일
용두사미는 참 슬픈 사자성어다.
시작할 때의 그 창대함과 웅장함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바뀐다.
내가 좋아했던 많은 매체, 특히나 드라마에서 그런 일들은 자주 일어났다.
애석하게도 [킬링 이브]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 숱한 소문에 한껏 기대를 껴안고 시즌 1을 봤을 때 이건 명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외국 드라마는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다르게 시즌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그다음 시즌의 이야기들이 당연히 작품의 평판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
제일 큰 문제는 내가 전 시즌에 대한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즌 2까지는 그래도 이렇게 흘러갔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시즌 3 은 그냥 기억에서 지워져버렸다.
이게 내 기억력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드라마가 매력이 없었다로 해석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피 냄새 짙은 폭풍처럼 무자비하게 모든 것을 지나다니는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는 점점 거북하고 어색하며 싫증이 나게 되었다.
이야기는 점점 확장이 되는데 그걸 연결하는 고리와 실들은 너무나도 느슨해서 축 쳐져있는데 그게 뒤로 걸어가면서 볼수록 의미도 찾기 힘들고 흉물스럽기만 한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근데 마지막은 솔직히 좀 예산이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마무리였다.
뭐랄까 작가가 이야기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느낌?
시즌4의 중반부까진 그래도 어느 정도 등장인물 들 간의 내면 묘사나 서사성을 따라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적어도 3화는 더 나와야 할 부분을 그냥 다 잘라서 마무리해버렸다.
내가 뭘 본거지??
그래도 드라마가 보여주는 연출 하나만큼은 참 마지막까지 볼만했다.
[킬링 이브]가 사용하는 음악이나 의상, 카메라 구도들은 그나마 이 망가져가는 작품에 테이프와 본드질을 하면서 가까스로 이어 붙이고 있는 것이었다.
다국적의 음악으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는 센스나 패션쇼를 보는 듯한 의상들을 보고, 여러 구도에서 찍는 피사체의 포커스는 당연히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인간 아닌 것 같은 대사들을 들으면 가끔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캐릭터와 이야기의 서사에서 모든 것을 말아먹은 느낌이라 박수를 쳐 줄 수가 없다.
왜 그랬니 대체?
내가 너희를 이해 못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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