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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 운명을 이길 만큼 대단하지 못한 한 남자의 말로영화&드라마 2022. 5. 8. 23:59
2022년 5월 2일
타로 카드에서 매달린 남자는 희생과 전환을 상징하는 카드라고 한다.
'놓는다'라는 행위를 통해 삶에 본인이 바라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암시를 띄고 있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꽤나 희망적이다.
물론 이것은 정방향일 때의 이야기이다.
역방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자신이 행하는 행위의 결과가 본인에게는 무의미한 결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역방향의 매달린 남자는 '놓는다'를 행함으로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제나가 성공가도를 달리는 스탠에게 쳐준 타로점에서 가장 강력한 암시의 카드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역방향의 매달린 남자이다.
그럼에도 스탠은 그 카드를 정위치로 돌리며 본인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스탠은 그렇게 절망과 파멸의 선로 위를 브레이크 없이 달려 나가게 된다.
사실 경고는 그의 주변에 꾸준하게 존재해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어리석게도 예견된 패배를 겪어봐야지 정신차린다.
그리고 어떤 종말은 피할 수 없기도 하다.
스탠은 그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무시하기도 했으며, 그가 도착한 종착역은 참혹하기만 할 뿐이다.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젖어 장님이 되었고, 결국에는 돌고 돌아 남들에게 우월감을 주게 되는 그런 존재가 전락한 것이다.
이것이 카르마인 것이겠지.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당연하게도 어마어마한 대형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했다.
사실 브래들리 쿠퍼에 대해서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는 않았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희로애락 모든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그의 연기 중 마지막 장면에서는 섬뜩함까지 느꼈다.
게다가 너무 잘생겨 보여서 그의 얼굴이 남긴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를 않는다.
잘생긴 사람은 거지꼴을 해도 잘 생겼더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각기 다른 캐릭터성을 띈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는 충분히 [나이트메어 앨리]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인 사기꾼의 과한 욕심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전형적인 업보 청산 플롯이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봤다.
역시 기예르모 델 토르라는 거장의 능력인 것일까?
본인이 설계한 세계관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켜가며 그에 상응하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어두운데도 거부감은 또 없는 이 제어력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의상, 소품, 배경들에서도 인상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한 씬에서 오래된 사진이 나오는데 진짜지만 너무나도 그 시간의 분위기가 잘 살아서 좀 놀랬다.
비스듬하게 접힌 특유의 그 오래된 재질을 표현한다는 것에 미술팀과 소품팀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렇게 써 내려가니 다 칭찬일색이네.
단점...... 아쉬운 점을....... 뽑자면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리리스 리터라고 할까.
가장 중요한 결말 부분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는 리리스의 캐릭터가 너무 미스터리함에 치중되어 있어서 그의 동기조차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나버린 것이다.
아님 단순한 사기꾼에 불과한 존재였던 걸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너무나도 좋았지만 스토리가 좀 더 딥하게 담지 못해 그래서 더 아쉬웠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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