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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주 국제 영화제 당일탐방기 (딱 적당한 것들의 향연)영화&드라마 2022. 5. 8. 23:59
2022년 5월 5일
재작년에 전주를 당일치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하루 전날에 이미 전주 영화제가 끝나버려서 매우 아쉬웠던 적이 있다.
마침 어린이날이다.
그래서 나는 전주 영화제를 당일치기로 가서 영화 두 편만 보고 오자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전주로 가는 기차는 일주일 전부터 이미 매진이었다.
그리고 하루이틀 전에 내가 보고팠던 영화를 끊으려고 하니 전부 다 매진이었다.
어린이날의 힘이 이렇게나 강력했던가.
아무튼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를 가기로 했다.
아침 열시 반 버스.
버스는 무려 만석이었다.
다들 정말 부지런하구나.
거기다 차가 밀려서 무려 삼십 분이나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내가 예매한 첫번째 영화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원작인 [농담]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가야 하나 아님 영화를 보고 난 후 먹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일단 점심은 먹으러 갔다.
점심으로 선택한 것은 닭내장탕.
닭의 내장을 먹는 건 닭똥집 외에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온 것은 새빨간 국물에 콩나물, 미나리, 당면이 한아름 올려져있는 냄비였다.
밥을 시킬까 했는데 비빔밥도 있다는 사장님의 말에 이건 절대 상영시간 내에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취소를 하고 말았다.
그냥 맘 편히 먹자.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렇게 쫄깃과 질긴 사이의 식감을 가진 닭 내장과 달걀인지 불알인지 모를 노란 구슬을 낮술과 함께 먹었다.
한국인의 디저트도 당연히 먹었다.
시간은 1시 10분 쯤.
혹시 몰라서 상영시간표를 들여다봤다.
1시 30분에 시작하는 [요즘 사람들]이 예매가 가능했다.
나는 사라지기 전에 얼른 예매를 했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햇빛이 뜨거운 하루였다.
한산했던 거리는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영화관이 보일 쯤에는 사람들이 이미 복작복작거리고 있었다.
1시 30분
영화가 시작했고, 신나는 비트의 전주영화제 음악이 흘러나왔다 (맘에 들었음).
[요즘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도 즐거웠던 영화이다.
마치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자전적인 느낌이 너무나도 강했으며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상적인 스몰토크 파티가 어색하고 머쓱하지 않으며 술자리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얘기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반복적 활동들을 계속해서 진행함으로써 막막하게 방황하는 라일리의 심경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마시지만, 내뱉는 것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었던 라일리에게서 그 안에 계속해서 막혀 썩어가던 무언가를 마지막에 결국 터뜨린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솔직해짐으로써 조금은 후련해졌다.
그 조금이 어떤 사람에게 큰 힘이 되고 이정표가 되듯, 라일리에게도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누구나가 겪을, 겪고 있을, 그리고 겪었던 상황들은 아마 영화관에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끝나고 다음 영화 상영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아 풍년제과를 다녀오기로 했다.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었고 내가 사고 팠던 것은 땅콩센배였다.
달지 않으면서도 파사삭한 식감에 땅콩의 고소함까지 더해져 진짜 봉지 한번 뜯으면 자제력을 발휘하기가 힘든 과자였다.
중심가에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전주 사람들은 다 여기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년제과에서 땅콩 센베 (무려 만원!!!!!)과 기타 등등을 사고 가보고자 했던 빈센트 반 고흐라는 카페로 향했다.
근데 문을 닫았네?
세상일이 참 뜻대로 안돼요.
결국엔 그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다음 행동을 이어가는 것이 덕목 아니겠는가.
그렇게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가면서 지도를 살펴봤다.
영화관 근처 골목에 카페가 하나 있어 거기로 가기로 했다.
빙고^^
동영커피 라는 곳이었는데 나의 주목을 끈 것은 블루리본의 개수였다.
내가 맛집을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고 뜻밖의 행운에 기분이 좋아졌다.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나를 요염하게 쳐다봤지만 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써 매듭이라는 원두의 커피만을 테이크 아웃했다.
그리고 도착한 영화관에는 머리가 새하얀 어느 장년 분과 나잇대가 있으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분의 얼굴을 보자 "임권택 감독??"이라고 바로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정말 그였을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나는 그저 유명인을 봤다는 것에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참 별일이야.
두 번째 영화는 [위대한 움직임]으로 내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볼리비아의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감독 키로 루소는 중남미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소개글을 읽었다.
영화는 낯설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컬트 하면서도 다큐멘터리 적인 이 영상이 만들어 내는 주술에 나는 현혹된 것이다.
그것 말고는 딱히 설명할 방도가 없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간과 사람들.
그런 사회에 버려지듯 점점 몸이 약해져 가는 엘데르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의식을 시도하는 치르는 막스.
영화의 촬영기법이 이 영화의 가장 키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렌즈로 아지랑이 피는 배경을 바라보는 것인지, 80년대의 필름으로 찍은 영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그 기이함.
누군가의 암흑 속에서 겹쳐서 보이는 또 다른 현실.
대가로 움직이는 세상보다는 대가 없이 행동하는 막스의 움직임이 위대한 움직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가 끝난 5시 반.
아직 해가 강렬하게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을 먹자고 생각한 나는 오원집이라는 곳을 갔다.
시간이 아직 이른데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게는 시끄러웠다.
음식 가격이 굉장히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이 2000원, 칼국수가 3500원?!?!?.
거기에 만 원짜리 숯불 돼지고기를 같이 먹었다.
적당하게 배부른 느낌에 가성비까지 완벽해서 흡족했다.
요즘 같은 때에 이 가격으로 기분 좋게 술 마시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주를 왔으니 빠질 수 없는 한옥마을 거리 걸어 다니기.
오히려 영화제보다 한옥마을 거리가 사람이 더 넘쳐났다.
불빛을 받고 환하게 빛나는 전주의 거리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절대 더 쓰기 귀찮아서 이 글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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