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마에게] 또 어딘가의 와드에게영화&드라마 2022. 4. 17. 23:59
2022년 4월 10일
와드에게
안녕하세요.
당신께서 만든 이 다큐멘터리를 봐야지 봐야지 미루어만 두다가 이번에서야 보게 된 한 게으른 사람입니다.
당신의 영화는 저에게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이 말을 먼저 하고 싶네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저의 무지함에 한 번 더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포스터에는 단순히 (당신인) 한 여성과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아이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죠.
그래서 전 처음에 이슬람권의 홀로 선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시리아 내전 당시, 그것도 그 중심인 알레포에 있었던 겁니다 (심지어 저는 알레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독재와 탄압에 맞서 혁명을 위해 노력했던 당신에게 선물과도 같은 딸, 사마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되뇌어보며 당신은 사마에게 용서를 구하죠.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이들에겐 선택권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귀가 찢어지고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킬 포격소리에도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며 웃고 있는 사마를 보면서 그 안타까움을 더해갔습니다.
그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요, 아님 그런 일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라는 것에 대한 반증에 절망해야 할까요.
포격 이후 그와 반대로 당신의 남편 함자가 일하는 병원으로 실려오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애석하게도 이미 떠나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가슴이 더 미워졌던 것은 당신의 영상에 나오던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먼지와 눈물, 피를 뒤집어쓰고 떠나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비통함에 저의 무력함은 더욱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런 참혹한 장면들을 촬영할 때 당신은 흐느끼지도 소리치지도 않았습니다.
혈육이 아니더라도, 지인이 아니더라도 온몸에 전해질 그 고통을 당신은 어떻게 참으셨나요.
그것을 버티게 해 준 것은 아무래도 사마와 당신의 뱃속의 둘째이겠지요.
와드 씨.
현재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하늘을 보고 계신가요?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울컥합니다.
저는 그저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내 할 일은 다했다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를 계속 생각합니다.
한 가지 문제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실타래가 얽혀있듯 복잡하게 서로를 당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일들이 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람이란 원래 이상향을 꿈꾸는 존재이니까요.
두서없이 너무 말들을 늘어놓았네요.
이런 갈 일 없는 편지를 쓰는 것은 초등학생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후로는 처음이라 중구난방이던 글들이 더 중구난방이 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사마에게 미안해했지만 그 희생과 용기를 정말 손뼉 쳐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전 세계에 적어도 이런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미 페이의 눈]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행보에 조용히 박수를 (0) 2022.04.24 [벌새] 지금은 어디에서 날갯짓을 하고 계신가요?? (0) 2022.04.24 [나일강의 죽음] 사랑이라고 변명하지 마라 (0) 2022.04.10 [릭 & 모티] Morty, Fuck, Shit (0) 2022.04.03 [틱,틱...붐!] 그래도...... 사랑하시죠?? (0)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