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신의 손] 챕터를 넘길 때를 알리는 양가적 감정의 순간
    영화&드라마 2022. 3. 27. 23:59

    2022년 3월 19일

     

    영화의 시놉시스에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자전적 영화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파울로 소렌티노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서 하나도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폴리는 가본 적이 있다.

     

    낮보다 더 시끌벅적했던 밤거리, 역사의 깊이가 밟히는 듯한 돌길, 화덕에 구운 향긋한 피자 한판과 콜라.

     

    강렬하게 좋았던 기억은 없지만 그런 소소한 재미들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잊히지 않고 남아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

     

    성인이라 불리는 나이가 막 되려는 파비에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이 영화는 담고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일을 하는 것? 아님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중 그에 부합하는 사람은 딱히 없어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성장해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파비에토도 내성적이고 착한 아들이라는 이미지의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감수성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으며 자기 성찰과 미래에 대한 방향에 대해 갈팡질팡 고민하는 흔적이 다분히 보인다.

     

    그러고는 그 일이 일어나고 그는 선택의 기로에 강제로 서있게 된다. 

     

    왠지 모르게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는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해온다.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의지할 수 있는 거대한 존재들이 사라졌을 때의 나는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이상하게도 상실감과 함께 도달하는 종착지는 자유였다. 

     

    어쩌면 파비에토는 자유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그러기가 힘들었던 지난 날들.

     

    현실이라는 쓰레기의 도피처로 영화를 선택한 행위들 모든 것이 그에게 얽매이지 않고 날아가야 할 상황이 필요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사람을 만났을 때, 그저 단순했던 풍경 속에서도 더 큰 성찰을 야기했고 그를 각성하게 만들어준 요인인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형은 어느 해변가에서 그저 행복한 생각 (현재만을 바라보는 선택) 만을 하며 살기로 했으며, 파비에토는 집을 떠나 로마로 향한다 (미래로 나아가는 선택). 

     

    반면에 누나는 아직도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남아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선택).

     

    누가 옳은 선택이냐는 질문은 우문이다.

     

    모두가 고심한 끝에 선택을 했고 각자의 길을 나아가는 것이다.

     

    신의 손이 나에게는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그 손이 나를 밀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