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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데타] 당신은 대체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요?영화&드라마 2022. 3. 20. 23:59
2022년 3월 13일
옛날부터 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왔다.
신이란 무엇인지 신이 진짜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물음은 나의 망상 타임에 꽤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곤 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ㅎㅎ
종교적 영화를 제대로 접하고 머리에 각인 되었던 것은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였다.
중학교 때 그 영화를 접하고 나서 난 (내용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비주얼 쇼크라는 것을 경험했다.
신에 대한 신비감으로 나의 초자연적 오르가즘을 충족시키기엔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신에 대한 생각은 나이가 들면서 많은 비극을 내부에서, 그리고 외부에서 겪으면서 경외감보다는 의문점으로 변화했다.
[베네데타]는 그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는 영화였다.
흑사병이 창궐하는 이탈리아에 오직 신에게 기도하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었던 이른바, 다크 에이지 (Dark age).
그런 지옥같은 어둠에서 한줄기의 빛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베네데타가 행했던 그 기적은 그때 당시의 민중들에게는 거대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빛에 끌려오는 것은 거기에 희망을 가지는 사람 뿐만이 아니다.
아님 빛이 무차별적으로 비춘 것일지도 모르겠다.
베네데타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에 의해 결국 그는 재판대에 서게 되고 화형의 위기에 처한다.
영화가 끝이 나고도 난 베네데타에 대한 의혹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베네데타가 행한 많은 기적들이 고난과 믿음이라는 명목의 촌극으로 보이는데 이게 과연 연출자의 의도인지 진짜인지 헷갈린다.
단순한 메시아 컴플랙스에 빠진 사기꾼이었을까??
다른 질문들처럼 아직도 나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을 거 같다.
반반일지도 모른다.
베네데타가 하나님을 영접했다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고 그 이후는 고지식한 중세 성당의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행한 단순한 보충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베네데타가 재판에 세워진 가장 큰 의혹도 이 동성과의 육체적 접촉 때문인 것이다.
바르톨로메아와 행했던 행위들은 베네데타의 타락이라는 명목하에 돌을 던지게 만들고픈 하나의 장치였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극초반에 '육체가 편안해지면 안 된다'는 대사가 있다.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신부인 존재가 다른 존재와, 그것도 동성과 관계를 맺는 게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불교가 육체적 쾌락을 벗어나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오직 하나님만을, 맹목적인 사랑과 헌신으로 바라봐야 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 이 문제의 가장 큰 전제이다.
자신을 버리는 것이 타인을 위해서인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이게 과연 건강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종교라는 영역에서는 이것이 통용되는 것이 단순히 중세시대였기 때문일까?
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 때문에 종교학이란 것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나님, 당신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나요?
베네데타, 당신은 대체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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