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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나이트] 가웨인의 기묘한 모험영화&드라마 2021. 11. 2. 17:23
2021년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밤이 끝나가려는 시간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가 왓챠에서 이렇게나 빨리 상영할 줄은 몰랐다.
상당히 호평이 좋았었던 기억도 난다.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된 사전 지식이라면 그저 모 게임 때문에 알게 된 '가웨인'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것 정도였다.
아서왕 이야기에 대해서도 얼핏 들은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을 뿐.
아무튼 영화는 꽤나 재밌었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가웨인의 정신적 성장기에 중점을 맞춘 듯했다.
주변이 너무나도 대단하다 보니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선택권 밖에 없는, 마치 현대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벌가의 자식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주변의 압박감에 쫓겨나듯 여행을 떠나는 가웨인은 약속의 장소인 녹색 예배당에 다다를 때까지 신비로운 경험들을 많이 겪는다.
물론 그러한 여러 상황에서 가웨인이 우리가 생각하는 기사도의 인상을 적절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아마 이런 미성숙함을 더욱 크게 보여주려는 연출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끝없이 펼쳐질 거 같던 비리디언의 세계에서 마침내 종착지에 다다른 가웨인은 녹색 기사와 마주친다.
녹색 기사에게는 가웨인의 머리를 치는 것 외엔 아무런 볼일이 없다.
바로 그의 머리를 베어내려 하는 순간마다 가웨인은 버티지 못하다 비겁한 생존자로서의 미래를 마치 계시처럼 보게 되고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소위 영웅으로서의 초월적 모습이 아닌 그가 그저 바란 한낱 인간으로서 삶을 살았을 때, 평생을 마법의 허리띠에 의존하며 살아갔을 공허함과 불안감의 심상 세계가 결국엔 그를 각성하게 된 가장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한 것이다.
이해를 할 필요가 없는 푸르른 야생에 대한 연출은 가웨인의 생존을 더욱 부각하고 훨씬 더 잔인한 환경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따라가는 데 있어 약간의 미끌거림이 있었던 거 같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박수받을 점은 가웨인의 역할을 맡은 데브 파텔의 연기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섹시함이 묻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감정들을 면밀히, 그리고 심도 있게 표현한 것이 대단했다.
자신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그 두려운 감정들이 클라이맥스에 어찌 보면 폭발하는 것인데 마지막 장면 정말 인상 깊었다.
포스터는 또 녹색과 반대의 빨강이라는 점이 또 재미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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