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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과거, 현재, 미래를 비추는 거울영화&드라마 2021. 10. 17. 12:20
2021년 10월 정말 여름 같았던 일요일
마늘을 까면서 백색소음처럼 틀어놓을 영화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왓챠에서 [남매의 여름밤]을 찾았다.
'무비건조'에서 잠깐 스쳐서 들었던 영화여서, 그리고 한국 영화의 이런 잔잔한 감성이 좋아서 보기로 했다.
영화는 그저 아버지와 남매가 할아버지 집에, 소위 말해 얹혀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각자가 나름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살아가며 울고 웃는 소소한 감동의 역동을 보여주고 있다.
한 번도 엄마의 꿈을 꾸지 않았던 옥주가 장례식에서 엄마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된 것은 옥주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그에게 힘들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며 이 영화의 가장 큰 울림이 아닐까 한다.
사실 제목이 남매의 여름밤이고 감정이 주로 옥주를 따라가긴 하지만 딱히 이 영화가 청춘 성장 영화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나에게 자기반성의 영화였다.
내가 중점적으로 느낀 것은 (부모님을 향한) 왠지 모를 죄책감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처음부터 다 같이 본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마지막에는 점심을 먹으며 영화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보면서 이상하게 뜨끔거리게 되는데 우연하게도 아버지 또한 남매였고 그 남매 모두가 할아버지 집으로 다시 돌아와 살게 되는 과거로의 불편한 회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적인 감정의 상태는 당연히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한 모습들이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욱 키우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 현재의 상태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과거에는 참 별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비록 비즈일지라도 그 아름다움은 보석과 다를 바 없었던 과거와 지금은 그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을 아는 현재의 괴리감이 스며들었다.
참 죄많고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구나
그렇다고 내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고 있으니깐 ㅎㅎ(엄빠 미안;; 불효자를 용서하소서)
그나저나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동치미를 먹지 못한 지가 이렇게나 오래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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