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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나는 무엇을 했는가?영화&드라마 2021. 9. 20. 16:04
2021년 9월 18일
[DP]를 봤다.
에피소드가 6개밖에 되지 않아 하루 만에 정주행을 완료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그 눈물이 [DP]가 보여주는 상황때문에 흘린 슬픔의 눈물만은 아니었다.
내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무력함에 대한 눈물이었는지 모르겠다.
[DP]의 시간적 배경이 내가 군 복무를 했던 그 당시와 겹친다는 점이 이상하게 내 군생활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의 군생활은 솔직히 얘기하자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나름 '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군 총기사건, 사망사건의 영향은 내 군생활에도 당연히 닿았으리라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나마 다행이구나'라는 철없고 한심한 생각을 하며 자위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좋은 선임이었고 후임이었을까?
그에 대해서도 나는 당당하게 그렇다고 할 수 없다.
[DP]의 황장수 패거리처럼 누군가를 괴롭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DP]가 나에게 물은 질문은 방관의 유무이다.
어느 사회나 한명 혹은 그 이상의 인원이 '왕따'를 당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사라질 기미가 없으며 그 이유 또한 천차만별이라 뚜렷한 타계책을 찾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하물며 군대라는 강제성, 폐쇄성을 띈 특수환 환경에서는 안 일어나는 것이 이상하리라
하지만 그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것은 제삼자, 즉 방관자들의 역할이다.
내가 근무했을 때도 그런 상황이 있었으며 나의 선임들에게도 나의 후임들에게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거기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크게 심각해 보이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아님 굳이 당사자가 아닌 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귀찮은 상황에 연루되기 싫어서였을 수도 있다.
만약 내 군 생활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은근히 그 사람들을 하대했을지도 모른다.
[DP] 시즌1의 처음부터 끝까지 발생한 폭력과 학대에 발 벗고 나선이 하나 없다는 것, 정해인의 사슴 같은 눈망울이 나와 마주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행동하지 않는 자는 악의 편이라는 그 말이 다시 한번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 큰 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군대 사람들과는 연락이 끊긴지는 오래지만 그들에게 나는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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