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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그때 그 기분영화&드라마 2021. 8. 17. 14:30
2021년 8월 14일~15일
제천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갔다.
이른바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JIMMF
제천이란 곳을 처음 가볼 뿐더러 그 영화제도 처음 들어봤는데 그냥 왠지 가보고 싶었다.
지난번 무주산골영화제도 가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이 시국'인데도 집에는 있기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고 제천이라는 곳으로 갔다.
세 시간 정도가 걸려 도착한 제천은 한적했다.
숙소를 향해 걸어가는데 그때부터 뭔가 오래전에 느꼈던 감각이 살아나는 듯했다.
숙소도 도미토리였다.
세상에 내가 이런 숙소에서 자본 것이 대체 얼마만이란 말인가
예약을 했던 영화의 시작은 7시 반
아직 한참 남은 시간을 좁은 도미토리 방의 아래 침대 사람과 있고 싶지는 않았고 콘센트도 윗 침대인 나에게는 불편한 곳에 있어 나가기로 했다.
제천의 날씨는 입추가 지났음에도 여름 특유의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몇몇의 사람만이 있었고 그중 삼분의 일은 JIMMF 직원들이었다.
영화관 앞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서 어리바리하게 입장을 했다.
JIMMF의 부스는 생각 이상으로 작다라는 인상을 남겼다.
어찌 보면 당연스러운 것이다.
코로나이기도 하고 작은 도시에서 진행하는 행사이니깐
그리고는 이 빈 시간을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볼 수 있는 영화는 [소울]이었다.
러닝 타임을 찾아보니 1시간 47분이었고 1분 정도의 고민에 빠진 후 난 부랴부랴 인터넷 예매를 하고 토요일 날 볼 두 영화의 현장 티켓을 끊었다.
사람이 없을 거 같았던 극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었다.
그중에서는 중장년층 분들이 꽤 계셨는데 왠지 모르지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소울]은 시작했고 영화는 아주 기분 좋은 울림을 남기며 끝났다.
영화제의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엔딩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유의사항에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마시오 라고 적혀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소울]은 타겟층이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항상 나 자신에게 내 삶의 목표? 재능? 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재능이라는 것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화는 그것만이 삶에 스파크를 지펴주는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 스파크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즐긴다면 말이다.
참 클래식한 격언이지만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진리인 이 말이 영화가 끝나도 계속 내 몸 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참 음악 얘기를 안 할 수 없지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였고 나는 재즈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지만 그 분위기를 좋아한다.
소울은 재즈의 어찌 보면 과하게 보일 수 있는 그 경계를 넘을 듯 말 듯 하며 기분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영화가 끝나고 부랴부랴 다음 상영관으로 향했다.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카 유토피아]라는 콘서트 필름이었다.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영화가 끝나고 찾아본 것이 전부였지만 135분이라는 긴 시간을 라이브로 펼치는 그와 밴드들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물론 노래도 기깔났으며 진짜 백발의 데이비드 린치 같은 백발의 아저씨가 노래도 진짜 잘 부른다.
세상에 이름도 같잖아!!
중간중간 나오는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곁들이며 영화는 진행되는데 이게 뭐랄까 가사를 보니깐 몰입이 안 되는 느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퍼포먼스와 멜로디만 듣게 되었다.
또 마치 진짜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처럼 뒤로 갈수록 피곤함은 배가 되는 느낌이었고 GV는 특별할 거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조촐하다 못해 궁색한 조식을 먹고 나는 [갈란트 인디즈]를 보러 갔다.
처음엔 매진되어 볼 수 없나 보다 했는데 마침 자리 하나가 나서 잽싸게 예매를 했다.
역시 나는 이 [갈란트 인디즈]라는 작품에 대해서 처음 들어봤다.
현대의 춤을 곁들임으로써 고전 오페라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이었다.
전형적 소재였지만 무엇보다도 무대의 뒷면을 바라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이다.
영화에 갈등은 없었다.
그저 각자가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할 뿐이며 그 점이 쓸데없는 감정의 소비를 자제시켰고 오페라의 웅장함과 현대 춤들의 역동성을 동시에 잘 전달해 주었다.
많은 신 중에서도 일부분만을 뽑아 우리에게 보여줬지만 그들의 열정은 무엇보다도 잘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지휘자 분의 카리스마가 아주 인상 깊었다.
그렇게 나의 제천영화제는 끝났다.
이상하게 제천에서는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유명한 도넛은 이미 매진되었고 돈가스 집은 대기자로 꽉 차 포기하였다.
토요일엔 영화를 본다고 저녁까지 먹지 못했다.
그렇게 햇빛 아래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그러한 상황에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는 것이 예전 유럽 배낭여행을 홀로 다녔던 때와 겹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때는 강제적으로 돈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음식도 줄이고 숙소도 제일 싼 곳으로 하고 차비조차 아끼기 위해 두세 시간 거리를 그냥 걸어 다녔었다.
제천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그때의 추억이 방울방울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꼈다.
난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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