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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대의를 위한 각자의 결의영화&드라마 2021. 5. 13. 12:01
2021년 5월 3일 저녁
글을 안 쓴 지 이주가 다 되어간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글을 쓸 시간은 충분히 있었는데 쓰지 않았다.
이러면 안되겠다 하고 스타벅스에 앉아서 이렇게 키보드 소리를 낸다.
약 이주 전에 본 영화였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 영화의 포스터는 나올 때쯤 봤지만 딱히 법정영화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 얘기를 할 때 이동진 기자가 이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을 듣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잘 짜여진 각본의 영화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짜임새가 아주 정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이 언제나 잘 먹히는 편이니깐 말이다.
감독/각본 모두 아론 소킨이라는 사람이 맡았다.
찾아보니 굵직굵직한 영화들에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혹자가 말하기를 천재 각본가라는 말이 있다.
참여하는 배우들도 정말 다양했으며 눈에 익지 않은 배우들이 많아서 오히려 영화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사건 또한 [마 레이니...] 때와 같은 시카고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여러 집단이 시카고에 모여 평화시위를 의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폭력시위로 번지게 되고 그 폭력시위를 빌미로 국가가 개인들을 고소한 사건.
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재판이지만 그에 대한 주목도는 인물마다 다르고 이 사람 저사람에 포커스를 맞추는 연출은 영화에 대한 집중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론 소킨 감독은 그 누구의 이야기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8명 모두가 그 사건의 주인공이었으며 판결까지의 여러 사건들이 결국에는 세상에 대한 개인들의 싸움을 보여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무죄와 유죄를 가리는객관적인 칼이 되지만 모든 사람이 알 듯이 그 칼을 휘두르는 것은 사람이고 자르는 구간은 신기하리만큼 주관적으로 변모하는 법의 이중성도 잘 보여준 거 같다.
이러한 법정 싸움은 국가와 개인과의 싸움만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늘어지는 경과는 당연히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 개인 스스로의 내적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다른 성향을 가진 집단이 하나의 대의를 위해 모였던 것인만큼 부서지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로 흘러갈수록 고난에 대한 반전의 카타르시스는 점점 부풀어올라 마지막에 폭죽처럼 터지게 된다.
졌지만 이겼다는 말이 영화가 끝나고 나니 생각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몇몇 주인공들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도 나오는데 그 멜랑꼴리함이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유머도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영화에 활기를 넣어줬다.
어쩌면 이러한 편집적 면에 너무 집중해서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너무나도 재밌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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