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결국엔 로맨스영화&드라마 2021. 5. 17. 11:52
2021년 5월 16일 점심을 먹고 난 오후
비가 거세게 쏟아진다.
이번 봄에는 거진 1~2주에 한번 꼴로 비가 오는 거 같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말까지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벌써 장마가 찾아온 걸까?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 아닌 지구의 기후가 기존의 기후 양상과는 달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쏟아지는 비를 생각하니 문득 그런 쪽으로 생각이 뻗친다.
이번 영화의 배경도 영국이다.
비가 주룩주룩 자주 오기로 유명한 영국.
그중에서도 프랑스와 가까운 섬인 건지(진짜 이름이다)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나치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서회였지만 진심으로 그들은 책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가 그런 책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흘러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로맨스 영화였다.
나치의 탄압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그에 대한 시련들은 충분히 공감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잘 정리했더라면 [어톤먼트] 같은 느낌의 영화가 탄생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로맨스 영화의 본질적인 소재이며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진정한 사랑 찾기'는 [건-감-클]에서도 당연히 나타나며 내가 보기에는 영화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거 같다.
진짜로 약혼남을 사랑하는지 긴가민가한 작가가 [건-감-클]에 초대를 한 돼지농장의 한 시골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필요한 설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것이 이성적으로 딱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온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뻔한 클리셰가 영화 중반부부터 계속해서 비치고 있어서 결국에는 이런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을 끝날 때까지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영화 전반적으로는 좋았다.
건지라는 섬의 이국적인 풍경에서 벌어지는 내가 생각하는 영국과는 또 다른 느낌이 맘에 들었고 사람 간의 복잡한 심경들의 묘사도 섬세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결국엔 그냥 로맨스 영화였구나(무엇보다도 주인공들 간의 사랑은 부수적인 영화)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영화 전체적으로 이성 간의 사랑만이 있을 뿐만 아닌 다른 차원의 사랑도 있긴 하지만 중점은 이성간의 사랑이다.
영화 보면서 약간 신기했던 점은 이야기의 가장 중심이 됐다고 할 수 있는 나치 장교와 영국 여자 간의 사랑이다.
나치는 민족주의 사상에 뇌가 절여진 사람들일 텐데 (그것도 장교가!!) 켈트족 특유의 붉은 머리를 가진 영국인을 사랑하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인 것일까??
아 그리고 1940년대 후반의 영국에 이미 토스터기와 이층 버스가 있었다는 사실에도 조금 놀랐다.
건지라는 섬을 한번 꼭 가보고 싶다.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특별한 남자] 내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0) 2021.05.27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카 판타지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0) 2021.05.24 [겟 아웃] 곱씹는 재미 (0) 2021.05.13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대의를 위한 각자의 결의 (0) 2021.05.13 [마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그렇다면 블루스는 무엇인가 (0)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