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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특별한 남자] 내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영화&드라마 2021. 5. 27. 21:14

    2021년 5월 23일 늦은 오후 

     

    인천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찾아갔다.

     

    이번이 세 번째인 영화제였다.

     

    무주 산골영화제를 가고 싶었지만 이미 표들이 다 팔리고 덕유산 국립공원 티켓 또한 잠정 연기되어 아쉬운 마음에 이 영화제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아스포라라는 영화제의 명칭이 말해주듯이 주제의식이 꽤나 확고한 행사라 처음 다녀온 이후로 꽤나 마음에 들어 어쩌다 보니 올해 삼회 차가 되었다 (거기다 무료다!!).

     

    하지만 역시나 인천은 나에게는 너무 멀었다.

     

    서울에 살았을 때는 그나마 지하철 호선이 같아 쭉 타고 종점에 내려도 되었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장소에서 열리지 않아 더욱 가기가 힘겨웠다.

     

    거기다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영화를 한 편 밖에 못 본다는 아쉬움이 내내 마음속에 남았다.

     

    인천에 도착했을 때 행사장은 꽤나 사람들이 붐볐다.

     

    아무래도 아파트단지도 주변에 많고 큰 쇼핑몰이 같이 있기 때문에 더 관람객을 끌어모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스프레이 냄새는 좀 심해서 별로였지만)

     

    인천 짜장면을 먹고 바깥 야외 행사를 즐길 틈도 없이 영화관으로 직행했다.

     

    영화제 기간동안 cgv를 다 빌렸던 모양이다.

     

    세 번째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영화는 [가장 특별한 남자]라는 영화였다.

     

    애초에 라인업에서 아는 영화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시간대에 맞는 영화를 고른 것이 이 영화였다.

     

    관람객도 꽤 있었다.

     

    대략 20명이 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영화는 주제가 나에게 워낙 신선하게 다가와서 마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보는 듯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슬픔을,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트랜스젠더 계에서 여러 의미로 전설적인 빌리 팁턴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일대기를 영화화하기 위한 오디션 장면과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진행이 되었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꽤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의 차이를 알았고, 젠더와 섹슈얼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소수자라는 위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통감하며 빌리 팁턴의 선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느꼈다.

     

    여담이지만 나는 여초 카페에 꽤나 10년 정도 있었다.

     

    글을 쓰거나 활발하게 활동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있음으로써 굉장히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접할 수 있었다.

     

    남녀불평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처럼 세상에 내가 몰라선 안 되는 문제들을 많이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여러 사건으로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던 시기, 여러 부분에서 지지를 하고 목소리를 냈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아무래도 대부분은 남성-> 여성 트랜스젠더를 향한) 질타를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물론 그 당시 도를 넘은 원색적 비난이 없진 않았지만 어찌 됐든 그들은 트랜스젠더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시선은 현재 진행형이며 래퍼 슬릭이 그러한 비난에 반박과 비슷한 입장의 글을 썼던 것도 기억이 난다.

     

    비단 페미니즘과 국한되어있는 것도 아니다.

     

    내 주변의 게이 커뮤니티에서도 심심치 않게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담이 너무나도 길어졌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뭘 쓰는지 정리가 잘 안된다.

     

    그들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리적으로, 또는 후에 일어날 문제들을 미리 걱정하며 그들을 핍박한다.

     

    몇몇의 사람이 그 소수자를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아주 쉽게 그들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으로 태도를 취한다.

     

    그(들)의 선택을 이기적이라고, 비정상적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단지 완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을 뿐인데 그것이 그렇게 위협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혐오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이 영화를 권장하고 싶다.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잔잔하게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다.

     

    빌리 팁턴 씨 당신 덕분에 재즈가 더 좋아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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