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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사랑하기 때문에......영화&드라마 2021. 4. 1. 13:39
2021년 3월 31일 저녁 시간
요즘 들어 가족들과 함께 자주 영화를 보게 된다.
아무래도 크고 화질도 좋은 티비가 새로 생겼고 왓챠와 넷플릭스도 볼 수 있게 돼서 가족들이 다 모이는 저녁 시간에 옹기종기 모여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을 틀든 다들 크게 거부감은 없는 느낌이다.
[아무르]는 내가 선택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내가 프랑스어학원을 다니던 시절에 관련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영화로는 본 적은 없고 대사집이었는지 소설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때도 언어가 프랑스어여서 뭐 제대로 읽었을 리가 없으니 내용도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도 기억이 없다.
아무튼 저녁을 먹으며 영화를 봤다.
영화는 파리에서 살고 있는 노부부 중 아내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담았다.
노부부에게 찾아온 재앙, 어쩌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재앙이었기에 더욱 슬프고 잔인하게 느껴지는 영화.
부부의 연과 사랑으로 자신이 직접 돌보았지만 현실은 당연히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 사랑은 굉장히 무거운 짐이 돼버린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웃으면서 감동을 자아내는 씬은 일체 배제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같이 보던 부모님들도 당신들에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느끼셨는지 당사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달라고 나에게 얘기하셨다.
안락사 이슈까지 이야기가 나왔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까지 이어졌다.
유병장수라고 하지만 노년의 드는 병은 청년 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육체의 회복력뿐만 아니라 정신력에서도 견뎌낸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원래 없었던 것보다 가졌다가 없어지는 것이 훨씬 크게 본인에게 영향을 끼치며 하물며 그 오랜 시간을 아무런 무리 없이 살았던 노인들에게는 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몸을 다치거나 노쇠하여 수술을 감행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시는 노인들이 너무나도 많다.
외할머니도 뇌졸중 수술 후 재활을 진행했지만 항상 하시던 말씀은 "죽고 싶다"였다.
이 재앙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감염된다.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감정적으로 일그러진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한평생을 같이 살았을 반려자일 것이다.
[아무르]에서는 부서지는 일상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려고 하지만 막을 수가 없는 허망한 남편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내의 얼굴과 건강상태, 무엇보다도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찢어진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자기 손으로 결말을 내야 했던 남편의 선택 또한 사랑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선택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딸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인 남편이지만 둘 다 사랑에서 기반되어있으리라 믿고 싶다.
BGM도 없이 적막감만이 내려앉은 집을 부부가 마지막으로 나서면서 외투까지 챙겨주는 평소의 사랑
그리고 그 집에 홀로 앉아 그들의 사랑을 추억하고 있을 딸
어쩌면 제일 상처 받은 사람은 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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