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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의말]파멸의 징조영화&드라마 2021. 3. 30. 15:57
2021년 3월 28일 오후 10시쯤
경주 벚꽃 구경을 다녀오고 엄마랑 영화를 보기로 했다.
엄마가 지난밤 [이다]를 본 탓인지 흑백영화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하얀리본]은 엄마가 이미 봤다고 해서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토리노의말]을 보기로 했다.
이 영화가 나온 게 2011년도
영화잡지에서 관련 영화에 대한 비평을 얼핏 지나가다 본 기억이 있다.
그때도 제대로 읽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넘겨서인지 토리노의 말에 대해선 줄거리조차 기억이 없었다.
딱히 볼게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잠들었다.......
마치 캐터펄트 음악처럼 단조로이 울리는 현악기의 연주, 무심하게 휘몰아치는 강풍들, 가끔씩 들려오는 일상의 소리들은 잠자기에 최적의 asmr 사운드를 제공했다.
그렇게 둘째 날에 나의 기억은 끊겼다.
2021년 3월 29일 저녁 7시쯤
우리는 다시 그 영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아님 잠을 깨기 위해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큰 줄거리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부녀에게 하루하루 뭔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도 없고 불도 없어 생감자를 마주하고 있는 부녀를 보여주고 이 영화는 끝난다.
그들이 후에 어찌 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생명이 어느 순간 생을 마감하는 것처럼.......
그런 생활 속에 아무런 대화도 없이 그저 덩그러니 어딘가를 바라보는 부녀가 아직 아른거린다.
시대적 배경을 가늠할 수 없었던 나는 이번에는 니체의 일화를 통해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 일화의 마부와 말은 영화에 등장하는 존재들과 같은 존재인가?
니체는 왜 정신을 놓아버린 것일까?
토리노의 말 때문인가, 아니면 그 일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그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해 현실과의 모든 것을 셧다운 시킨 것일까?
무엇하나 명료하지 않은 채로 끝나버린 이 영화에 대해서 영화 내내 불던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가라앉지를 않는다.
이 영화가 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상이라고 하던데 (금상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그럼 심사위원들은 [토리노의말]에 심취해서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감상하고 평가한 것을 생각하면 역시 나와는 다른 심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공포의 역사]를 보다가 졸았던 적이 있는데 (심지어 코도 살짝 곤 거 같다!!) 그 영화가 그때 최우수상인가 큰 상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내가 갖지 못한 안목과 센스가 있었겠지만 가끔 이런 상황에서 나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답답함이 있다.
같이 본 엄마가 관련 비평을 나에게 보내줬다.
그 사람은 이 단조로운 파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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