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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비키거라 비겁자들아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가느니영화&드라마 2021. 4. 20. 14:47
2021년 4월 16일 점심때쯤
그 전 주까지 시험이 있어서 영화를 보기가 매우 힘들었다.
나이가 먹어도 벼락치기 습관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시험을 일주일을 남기고야 나는 공부에 돌입하게 되었고 가까스로 마무리를 했다.
일주일 공부해서 성적이 좋아진다는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홀가분하게 시험의 중압감을 떨쳐냈다.
하지만 언제나 그다음 중압감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무튼 금요일 점심때쯤에 날씨도 좋고 하고 티브이가 틀어져 있어서 넷플릭스를 켜서 볼 만한 것이 있는지 훑어봤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막상 보려고 하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결국 예전부터 보고 싶어요 한 두 영화 [결혼 이야기]와 [로마] 중에 골라서 보기로 했다.
두 영화 모두 내용적으로는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에는 [로마]를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영화를 틀면서 읽은 줄거리라고는 70년대의 멕시코라는 것이다.
찾아보니 그 당시의 멕시코에서는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화의 진행에 녹아내린다.
같은 멕시코 배경을 했던 [프리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남자들에게 버림받은 부잣집 가정.
그 남자들은 비겁했다.
가족이 휴가를 가 있는 도중에 자신의 짐들을 가져가는 남편이나, 혁명을 위해 자신의 애인과 배에 있는 아기를 부정하고 회피하는 놈이나 모두 비겁한 놈들이었다.
애석하게도 그 남겨진 자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의 약자의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남겨진 자들이 붙잡으려고 하여도 버려지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들은 많은 일이 있었던 휴가에서 뭔가를 깨달은 듯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비관적이었던 전과는 사뭇 다른 생각과 분위기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있다.
서로가 각각의 사정으로 힘들어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공감하며 보듬어주려는 태도.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가족을 형성한다.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가 있고 나는 이 영화가 끝나도 이어져갈 그들의 여정이 힘들지 않기를 응원했다.
내용적으로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런 영화에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하는 것은 그것을 풀어내는 여러 요소들의 복합적인 흡입력일 것이다.
흑백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이상하게 음악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일상적인 소음,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말 고는.......
그럼에도 딴짓을 하고 싶지 않고 그 영화에 몰입하고 싶었다.
저렇게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버려지는 경우는 지금도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단 여성에게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 누구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는 아직도 왜 이 영화가 [로마]인지를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영화 내내 로마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로마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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