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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데어]그저 바라본다는 것
    영화&드라마 2021. 1. 13. 09:50

    2020년 1월 10일 오후

     

    무료한 일요일

     

    왓챠를 둘러보다 1월 10일까지만 스트리밍을 한다는 작품을 우연히 봤다.

     

    제주도의 한라산을 1000일 동안 오르내리면서 담은 시선들을 다큐화 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 같이 여행이 자제되는 코로나 시대에 맞춰 한라산 구경이나 하자고 해서 재생버튼을 눌렀다.

     

    '오버 데어'는 미술관에서 보는 영상작품 같았다.

     

    고정된 앵글 안에서 약동하는 풍경, 이 세상이 아닌 듯한 흑백에 가까운 세상, 공진하는 듯 우는 bgm

     

    어떠한 대사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안개가 지나가고 눈비가 내리고 파도가 치는 한라산의 풍경을 바라보니 중학교 때 5일 동안 한라산 등반을 4번 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정말이지 풍경을 볼 힘도 없이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눈이라는 것이 그렇게 아프게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때이다.

     

    반강제로 갔던 산행이었기에 내면의 깨달음 같은 것은 개나 줘버리는 상황이었고 과거의 중학생인 나의 성격을 생각해보더라도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귀에 경미한 동상도 걸렸었다!!

     

    이렇게 한라산의 풍경을 바라보니 그때 내가 등산 중 뒤를 한번 돌아봤으면 이런 풍경들을 볼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등산을 그 때 이후로 꺼리게 된 나지만 스페인의 몬세라트를 올라 정상에서 그저 바라본다는 것이 그렇게나 평온하다는 것이었다고 느꼈었다.

     

    아직도 그 풍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저 먼 지평선까지 빛으로 반짝거리는 대지에 중간중간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 세상을 얼마 동안이나마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랬던 유일한 경험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며 그 순간에 그곳을 담게 되었을까?

     

    아름다워서 바라본 것일까? 쉬는 동안에 바라본 풍경일까? 아니면 우연히 설치된 카메라에 담긴 것일까?

     

    의도가 어찌 됐든 내 과거가 기분좋게 회상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 asmr로 딱이다.......

     

    밥을 먹고 봐서 그런가ㅎ..ㅎㅎ.......

     

    그래서 반 정도 가서 낮잠에 빠졌다가 다시 틀어서 놓친 부분부터 다시 봤다.

     

    요즘 뭔가를 지긋이 본다는것이 더욱 힘들어진 것 같다.

     

    내 집중력의 한계인지 유투브와 스마트폰이 그 기질을 가속화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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