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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이브 마이 카] 가자, 너를, 그리고 나를 이해하러
    영화&드라마 2022. 5. 29. 23:59

    2022년 5월 23일

     

    사람들은 각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으면서 살아간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연극 속에 연극, 연기 속에 연기.

     

    [드라이브 마이 카]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도 당연히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본인들의 이야기 서사는 많은 경우 오직 본인들의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사실 그렇게 살다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말이다.

     

    주인공인 가후쿠는 꽤나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본 것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타협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극적으로 분출하지를 않는다.

     

    여러모로 다카츠키와는 다른 캐릭터성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가후쿠의 마음은 죄책감과 고독함으로 상처받고 있다.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감정은 끈적하게 검은 물질로 이루어진 뱀처럼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완결되지 않은 결말은 그것의 양분이 되어 마음속에서 커지면 커졌지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참으면 아물어 사라질 줄 알았던 상처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캐릭터에 어긋나는 행위들을 함으로써 치료가 진행된다.

     

    15년 동안 몰았던 붉은색 saab 900 turbo를 연식도 없는 어느 젊은 여자에게 맡기는 것부터 시작한다.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무저항으로 풀어내기 까지 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는 이 모든 것을 뱉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만이 아니다.

     

    본인의 이야기에 마치 화학반응을 일으키듯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과거의 가후쿠는 그런 타인의 이야기를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자신에 얽매여 더 이상은 바냐를 연기할 수 없었던 가후쿠는 그제야 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영화는 가후쿠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회복하고 나아가게 만드는 궁극적 방향임을 끊임없이 보여주려는 듯했다.

     

    비밀이 문제가 아닌, 그 비밀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처럼.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페르소나가 깨져버릴 수도 있는 그런 진실들을 우리는 주고받음으로써 서로를 더욱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답답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사실 나는 연극이라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학로나 다른 연극 거리를 지나는 가봤지 보고 싶다는 인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연극이 주는 느낌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영화가 주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 연극의 여러 장면이 자주 등장한 것이 나에게 생소함이라는 신선한 감정을 가져다주면서도 라이브라는 그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더군다나 배우들이 펼치는 다양한 나라의 어조나 억양에 대한 서로 간의 튜닝은 이 영화가 말하는 바를 무엇보다도 직설적으로 내뱉고 있어 그 과정조차도 재미가 있었다.

     

    자칫 껄끄러울 수 있는 관계가 의외로 부드럽고 기분 좋은 만족감을 주는 것이 과연 원작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능력을 칭찬해야 할지, 아님 각본과 감독의 능력을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근데 마지막 장면에서 마트 주차장에 현대 차만 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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